12화. 불행은 결코 혼자 오는 법이 없지 – 만데 전래동화집
지금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인데, 오늘까지 살아있는 이야기란다.
옛날 옛적에 어느 오두막에 할머니와 뱀, 그리고 새가 함께 살고 있었어. 그런데 새가 알을 낳을 때마다, 뱀이 매번 날름 먹어버리는 거야. 새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할머니를 찾아가 말했어.
“할머니. 불행은 혼자 오지 않고, 오직 평화만이 우릴 지켜줍니다. 뱀이 내 알들을 그만 먹게 해주세요.”
할머니가 답했어.
“사람이 왜 뱀과 새의 싸움에 끼어들어야 하니?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다른 이를 찾아 부탁해.”
새는 생쥐를 찾아갔어. 생쥐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오똑 섰어. 새가 말했어.
“안녕 생쥐야. 나는 네가 우리 집 노파를 찾아가 뱀이 계속 내 알을 먹지 못하도록 말해주길 부탁해. 알을 낳을 때마다, 뱀이 계속 먹어 치워.”
생쥐가 답했어
“내가 할머니 오두막 지붕 구멍에 살고 있다는 걸 잘 알잖아. 그 노파가 날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날 죽이고 말 거야. 그러니 어떻게 내가 말할 수 있겠니? 다른 이를 찾아가 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새가 답했어.
“아, 그렇단 말이지, 불행은 절대 혼자 오는 법이 없지.”
새는 거미를 찾아가 말했어.
“부탁이야. 할머니를 찾아가 뱀이 내 알을 먹지 못하게 말 좀 해줘. 내가 알을 낳을 때마다 뱀이 먹어버려.”
거미가 답했어.
“내가 말이야, 밤마다 거미줄을 쳐놓으면, 아침에 할머니가 눈뜨자마자 모두 없애 버려. 나는 할머니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어. 다른 이를 찾아가 봐.”
새는 개를 찾아가 말했어.
“개야, 우리는 항상 같이 집에 있었잖니. 할머니에게 뱀이 내 알을 먹지 못하도록 말 좀 해줘.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잖니.”
개는 답했어.
“나는 매일 밤 할머니 집을 지키지. 그런데 내 밥은 항상 애들이 먹다 남긴 것들이야. 이 일은 나랑 상관없어. 가봐!”
새는 말했어.
“그럼 난 당나귀를 보러 가겠어.”
“당나귀야, 할머니에게 뱀이 내 알을 먹지 못하게 네가 말 좀 해주면 좋겠어. 넌 알잖아,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는걸. 평화만이 우릴 지켜주는 거라고.”
당나귀가 답했어.
“너도 알잖니. 할머니가 내 등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막대기로 내 궁둥이를 마구 때리는걸. 그리고 새와 뱀의 싸움에 도대체 내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야? 다른 데로 가봐. 게다가 할머니는 날 좋아하지도 않아. 나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할머니는 오히려 나의 적이라고!”
새는 수탉을 찾아갔고, 수탉은 답했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야, 매일 아침 내 노래로 할머니를 깨우는데, 그 할망구는 손님이 오기만 하면 내 목을 베라고 한단 말이야. 할머니야말로 나의 적이야. 네 싸움을 말리기 위해 할머니에게 갈 수 없어. 나랑 아무 관계 없어. 다른 사람을 만나봐.”
새는 말했어.
“그래, 좋아. 나는 양을 만나러 가야겠어.”
새는 양에게 말했어.
“양, 나는 네가 뱀에 대해 할머니에게 말 좀 해주면 좋겠어. 내가 알을 낳을 때마다, 뱀이 삼켜버려. 낳으면 먹고. 낳으면 먹고. 너도 알잖아.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는걸!”
양이 답했어.
“할머니는 내가 살이 토실토실 오를 때까지 날 돌봤어. 내가 다 클 때까지 자기 마당에서 키워주었지만, 타바스키 축제가 오면 날 잡아 죽이라고 명령해. 사람과 뱀, 새 사이의 싸움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다른 곳으로 가봐.”
새가 말했어.
“하하, 그렇단 말이지?”
양이 답했다.
“응”
그러자 새는
“그래 좋아!”
새는 성냥을 찾으러 떠났어. 성냥을 발견하고, 새는 말했어.
“누굴 찾아가는 것도 이제 너무 지쳤어. 모두가 내 부탁을 거절했지. 이제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새는 성냥을 켜고, 오두막에 불을 질렀어.
할머니와 뱀, 거미, 쥐, 양, 개 모두가 불에 타 죽었어. 당나귀는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불에 타 죽었지. 불에 탄 양은 오두막의 불을 끄러 온 사람들의 한 끼 식사가 되었어. 새는 모두를 불러 모으고 말했어.
“나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뱀이 내 알을 그만 먹게 하라고 모두에게 말했던 거였어. 하지만 모두들 뱀과 새 사이의 싸움은 자신과 상관없다고 말했지. 이제 그 결과를 알겠니?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만이 우리를 지켜주지.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바다로 흘러갔고, 이 이야기의 향을 맡은 이는 누구나 천국으로 갈 것이라 전해져.
–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눈과 귀를 닫았던 타인의 불행은 결국엔 모두의 평화를 삼켜버리는 재난이 되어 버렸습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집주인부터 그를 피해 다녀야 하는 처지까지 우리 모두의 몸뚱아리는 ‘이 집’에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며 행하는 모든 것들은 이 물리적 환경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은 도시과 국가를 넘어 이제 지구라는 공간까지 넓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나와는 관계없어 보이는 세상의 크고 작은 싸움들은 결국 나를 향해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세네갈의 어느 오두막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대서양을 타고 태평양을 넘어 여기까지 그 이야기의 향이 날아왔어요. 혹독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꿋꿋이 ‘지금 여기’를 함께 살고 있는 이들에게 외치는 목소리에서 여러분들은 이 향을 맡을 수 있나요?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고, 오직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이 우리의 평화를 지켜준다고요.
이 이야기는 1998년 ‘Clair de lune’ 콜렉션, 다카르에서 출판된 이야기 ‘Wolof tales or the dream life’에서 발췌했습니다.
글 및 번역 | 소영